우익단체들이 서울운동장에서 대대적으로 신탁통치 반대 궐기대회를 갖고 있다 (1947.3.1)

해방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45년 말로 접어들자 시중에는 입 소문으로 지도자 암살설이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상한 공기는 古下 宋鎭禹의 자택이 있는 원서동 일대로 집중되었다.

미 군정청도 그 같은 기미를 감지하고 한민당 수석총무인 古下의 집 주변에 미군헌병을 파견 근무시키겠다고 제의해 왔다. 그러나 古下는 일소에 부쳤다.

"대단히 고마운 배려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나를 해칠 사람은 없을 테니 안심하시라고 하지 장군께 말씀드리시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그에게 암살이니 신변보호니 하는 따위의 말은 공연한 호들갑처럼 들렸으므로 아랑곳없이 침식을 잊고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미군정을 찾는가하면 임정 간부들을 찾아 국난 타개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1945년이 저물려는 12월28일, 모스크바로부터 예기치 못한 미?영?소 3상회의 결정 소식이 날아들었다.

조선에 주재한 미?소 양국 사령관은 2주 이내에 회담을 개최하고 양국 공동위원회를 설치하여 조선임시정부 수립을 원조한다.

또, 미 영 소 중 4국에 의한 신탁통치를 실시함과 함께 조선임시정부를 수립케 하여 조선의 장래 독립에 대비할 것인바 신탁통치 기간은 최고5년으로 한다.

이 소식은 미군정하의 국내 정계를 벌집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히게 했다.

좌우익을 막론하고 신탁통치를 반대하여 격렬한 시위운동을 벌였는데 3일 후부터 공산당은 찬탁으로 변신했다.

신탁통치 안은 해방 후 즉각적인 독립정부 수립을 열망해온 우리민족에게는 민족적 모욕으로 충격을 주었으며, 그날 밤부터 서울거리에는 '신탁통치 절대반대' '군정청 관리는 다 그만두어라' 등의 격문이 나붙었다.

그날 중으로 金 九 임시정부 주석 주도하에 신탁통치 반대 국민 총동원위원회가 결성되어 반탁성명서가 발표된 것을 비롯하여 각계 모든 단체가 반탁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고하 송진우

그러나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미군정 사령관 하지(John R.Hodge) 중장은 한국인들의 집단적 의사 표시에 맞서 단호하게 대응했다.

"우리의 신탁통치 원칙은 한반도 점령 이전에 이미 결정됐으며, 탁치야 말로 38선을 철폐하고 통일과 독립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서, 연합국간에 이미 합의된 사항을 한국인들이 원한다고 철회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하지 장군은 한민당의 건의대로 상해임시정부의 귀국을 공식 인정하려다가 본국으로부터 한반도 이남에서는 미군정만이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어떤 정치세력도 미군정을 대신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임시정부의 귀국을 개인자격의 귀국으로 허가한 적이 있었으므로 본국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宋鎭禹는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고 말았다. 창당 때부터 韓民黨이 정신적 지주로 삼아 절대 지지해온 임시정부가 반탁운동을 계기로 주권회복은 물론 차제에 미군정을 접수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다가, 韓民黨의 현실적 후원의 배경이 되어온 미군정은 탁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신탁통치란 곧 원조와 후견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어서 진퇴양난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韓民黨으로서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두 개의 집단이 탁치 문제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사태의 급변에 宋鎭禹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임시정부의 급진적 처사가 무모할 뿐 아니라, 미군정의 방침도 가혹해 보였던 것이다. 까닭에 그는 12월28일 金俊淵과 함께 임시정부 요인들의 숙소인 경교장을 방문하고, 탁치 문제를 논의하는 회합을 가졌다.

"나는 임시정부가 탁치를 반대한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릅니다. 즉, 미군정을 부인하고 정권을 접수하려는 임시정부의 계획은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 주장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미군정과 충돌하면 수권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宋鎭禹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임시정부측에서 金 九가 나서서 역설했다.

"미국이 비록 승전국이라고 하나, 패전국 일본과 똑같이 우리의 주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자체가 과연 옳은 일이냐" 이것도 일제와 다름없는 주권침해가 아니냐, 이것이오. 따라서 우리는 이 기회에 군정으로부터 정권을 접수하여 민족의 염원인 자주독립을 쟁취하겠다는 얘기요."

"물론 白凡선생의 뜻은 잘 알겠소이다만, 군정을 부인하고 독립을 선포하면 공산당이 어부지리를 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십니까" 해방 직후 夢陽의 建準이 사실상 정부 역할을 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한민당이 군정과의 협조로 어렵사리 주도권을 잡았으면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만 하면 되는 유리한 입장인데, 공연한 무리수를 둘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나 그 같은 宋鎭禹의 호소에 申翼熙가 씨니컬 하게 웃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古下는 지금 우리라고 말했소만, 대한민국의 법통을 이어받은 우리 임시정부를 정신적인 방패막이로 내세운 한민당이 과연 초지일관 임시정부의 존재를 민족과 함께 묶어 생각해온 것인지 의문스럽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민당의 정책노선이 과연 민중의 뜻과 얼마나 부합하느냐 일 것이오. 만일, 당리당략과 기득권의 유지가 민중의 갈망에 우선한다면, 우리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성이 당리당략에 이용당해 온 사실도 이 기회에 바로잡아야할 것이오. 따라서 이젠 상해 임시정부가 주축이 된 명실공히 민중의 정부가 나설 때가 됐다고 나는 말하고 싶소."

그러자 그 말에 발끈한 宋鎭禹와 임정요인들 사이에는 격론이 벌어졌다.

"海公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아무리 현 상황에서 임시정부가 군정으로부터 소외돼있어도 아군과 적군은 구분할 줄 알아야지, 민주주의 과외를 자청하고 나선 선진국의 호의를 그렇게 편협하게 대하면 이로울 게 뭐가 있겠소"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고, 선진 민주주의 학습을 원조까지 받아가며 하는 마당에 자유우방 미국을 일제와 비교하는 건 지나친 것 같구려."

그 말에 趙素昻도 끼어 들었다.

"古下는 군정의 도움을 받더니 단단히 사대주의에 중독이 되셨구려. 온 겨레가 바라는 자주독립도 외면하는 걸 보니…그래서 한 5년은 훈정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오"

"참으로 딱하시오. 내 말은 모처럼 공산당을 누르고 확보한 주도권을 조급성 때문에 놓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그러는 것이오."

이와 같이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회의는 29일 새벽4시에야 산회되었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미군정과는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는 宋鎭禹의 미온적인 방법론은 곧바로 그가 신탁통치를 찬성했다는 식의 소문으로 와전되어 번지게 되었다. 그것은 宋鎭禹에게는 치명인 일이었다.

"古下가 하지(John R.Hodge)로 하여금 인공을 부인케 하고 미군정 연장을 획책한다"

"古下와 임정 요인과는 의견 대립으로 싸움이 격화되어가고 있다"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러한 이간책에 대하여 일부 민족진영과 임시정부측에서도 호응하고 나왔다. 해방직후 일제로부터 국내 치안 책임을 넘겨받고 정국의 주도권을 쥔 여운형의 建準에 맞서기 위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역설하며 창당한 韓民黨이 막상 미군정과 손을 잡고 기득권 세력의 보호막을 형성하게 되자, 임정과도 소원한 관계로 벌어지고 만 탓이었다.

이로 인하여 이튿날부터 한민당의 宋鎭禹는 夢陽측에 이어 임정측과도 분분한 불화설에 휩싸였으며, 宋鎭禹를 음해하는 살벌한 벽보가 도처에서 눈에 띠었다. '미군정의 앞잡이 宋鎭禹 타도하자' '제2의 매국노 宋鎭禹는 자결하라!, '군정연장 획책하는 宋鎭禹를 죽여라!」

해방공간은 3상 회의가 내놓은 신탁통치의 화두 앞에서 서로들 반목하고 대립하는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고 있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분간할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이었다. 그러한 소요 속에서 1945년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그 날 하루도 동분서주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닌 古下가 29일 밤 10시경 잠자리에 들려할 때, 조카가 문단속을 하면서 물었다.

"아저씨, 안으로 문을 걸까요"? "문은 왜 거느냐" 그냥 내버려두려무나."

조카의 문단속 제의에 평소처럼 무심코 그냥 두라고 대답한 古下는 여늬때처럼 고단하게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 고하의 원서동 집에는 뜻밖의 불청객들이 찾아들었다.

아직 보랏빛 어둠이 하늘에 무거운 휘장을 두른 새벽 여섯시. 원서동 74번지 宋鎭禹 집 산정의 뒷담을 넘어 들어오는 사내들의 그림자가 여럿 있었다. 그들은 요란하게 짖어대는 이웃집 개들의 소리에 멈칫거리면서도 고양이처럼 발소리를 죽이며 뒷담으로부터 사랑채로 소리 없이 다가갔다. 조심스럽기는 해도 주저 없이 움직이는 것이, 집안의 지리에 능숙한 사람들 같았다.

뒷담과 사랑채와 안채의 요소마다 자리잡은 지형지물의 어둠 속에 제각기 몸을 감추고 나서, 그 중의 넷이 사랑채의 앞뒤로 나누어 접근하더니 문고리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별안간 문이 열리자 잠결에 벌떡 일어선 宋鎭禹씨는 "웬 놈들이냐"?하고 소리치는 순간, 범인들이 난사한 권총 탄을 맞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의 이부자리는 흥건하게 쏟아져 나오는 피로 금세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 때, 산정 아래 행랑채에서 자고 있던 아들 英洙(34)와 鄭비서(27)는 총소리에 놀라 방문을 열어제쳤다. 鄭비서는 주인어른의 신변에 위험이 닥쳤음을 직감하고 급히 뛰쳐나가려 했으나, 산정과 행랑 사이의 계단을 지키던 범인중의 한 명이 쏜 총알이 다리 사이를 스친데 이어 행랑방 기둥을 뚫고 지나갔다.

범인이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알아차린 그는 "누구냐"?하고 소리치며 호신용 권총을 빼들고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이 되자 당황하여 벽에 몸을 붙이고 기다렸다가 산정으로 뛰어올라갔지만, 宋鎭禹는 이미 오른쪽 안면과 심장과 하관절에 각각 한발씩과, 복부에 3발을 합쳐 6발의 총탄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으며, 동 침 중이던 내종 梁모씨도 오른쪽 발목과 넓적다리에 각각 1발씩의 탄환을 맞아 중상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가 달려올 때만 해도 숨을 몰아쉬던 宋鎭禹는 새벽 6시15분 경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날이 새자 사건 현장에는 趙炳玉 金性洙 李承晩 등이 달려와 통곡했다. 특히 李承晩은 자신이 가장 지지했던 정치세력의 기둥을 잃은 충격 때문인지 손으로 방바닥을 치면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송진우가 새벽에 암살당한 사실을 보도한 신문기사

경기도 경찰부장 장택상는 수사과를 독려하고 수사과에서는 형사들에게 각방면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던 중 이듬해 2월13일 상오 송진우 생전의 경호원들의 동정을 살피고 있던 형사로부터 '전에 고하의 경호원이던 김일수가 해안경비대에 입대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장부장은 미군 스톤(Stone) 부장의 양해를 얻어 미군인 2명을 해안경비대에 파견하는 한편, 수사과장 이만종과 형사를 그날 하오5시 서울역에 대기시켜 역두에서 입대하려던 김일수를 검거하고 취조를 개시하였다.

그 결과 송진우의 경호원이었던 백남석과 김의현, 신동운, 박민식, 유근배 등이 지난해 12월 말경 의견충돌로 말미암아 송진우의 경호원직을 자퇴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찰은 이튿날인 2월14일 신동운, 백남석, 김의현을 체포한데 이어 사건 발생 후 100일 만인 4월9일 인천 화평동에 잠복중인 유근배와 서울 신당동 30번지에 있던 송진우 살해범 한현우 및 공범 이창희 김인성을 체포하였다.

송진우 암살 직후 만삭의 부인을 두고 북한으로 피신했던 주범 한현우는 2개월 후 월남하여 신당동 집으로 돌아와 숨어있던 중 경찰에 검거되었다.

주범 한현우(일명 한홍건 또는 한원률)는 평북 중강진 태생으로, 소학교를 마친 후 일본에 유학, 도쿄 금성학원을 거쳐 39년 와세다(조도전)대 정경학부에 재학중 일본의 보수우익 정객인 나카노 세이고(중야정강;1886-1943～나치스를 모델로 한 전체주의정당 동방회의 당수)가 이끌던 동방회 산하 학생연맹에서 활동했다. 와세다대 졸업반 때 일본 총리대신 도조(동조영기)를 죽이려다 발각되어 4년 동안 징역을 살던 중 8?15를 맞아 풀려났다고 스스로 밝혔으나, 총리대신 암살미수는 사실이 아니고, 다만 "일본의 물자 동원 능력으로 보아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빌미가 되어 민심교란 혐의로 일본경찰에 붙잡혀 도쿄지법에서 징역10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나왔으나, 실직자가 된 그는 일본에서 별다른 할 일도 없어 45년 4월 귀국했다.

귀국 후 일시 춘천에 머물다가 해방과 함께 서울 남산동과 신당동에 적산가옥을 차지해 활동무대를 서울로 옮긴 후 철저한 민족주의자로 자처하면서 해방정국의 여러 정파들과 어울렸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동지 10～15명과 함께 남산동 아지트와 신당동 집에서 합숙하며 토론을 벌이고 행동을 같이 했으며, 이 과정에서 해방정국 혼란의 주범으로 우파의 두목은 송진우이고, 좌파의 두목은 박헌영과 여운형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들 극우 극좌인물 셋을 처단함으로써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앞당기자고 결의했다.

29세의 주범 한현우는 송진우를 암살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송진우가 '근대국가와 민주정치를 가져보지 못한 우리민족은 선진국의 지도를 받아야 하고, 신탁통치도 선진국의 지도를 받는 훈정의 의미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살해할 결심을 갖게 되었다." "민족 분열을 획책하는 지도자는 힘으로 숙청하는 것이 애국애족이며 승리라는 생각으로 암살에 착수하였다."

	상해 임시정부 요인의 귀국

피살 하루 전날 저녁 宋鎭禹는 元世勳과 전화 통화를 한 일이 있었다.

元世勳이 "古下와 臨政 사이에 의견이 달랐다는 게 사실이오?" 하고 묻자, 宋鎭禹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글쎄, 임정에서는 모두 짚신 감발을 하고 걸어 다니면서라도 반탁을 하겠다 합니다. 반탁이 문제가 아니라 미군정과 충돌을 일으켜 놓고 임정이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는지 나도 알 수가 없소"

반탁의 방식을 놓고 宋鎭禹가 金 九의 臨政측과 견해차이를 보였던 점이 宋鎭禹가 훈정론에 바탕, 신탁통치를 지지하는 매국적 연설을 했다는 괴 소문으로 번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독립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식으로 자연발생적 반탁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임시정부 주도의 반탁운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오해받을 소지가 없지 않았다.

따라서 宋鎭禹의 평소 지론인 훈정론이 찬탁론으로 연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와 같은 생각이 독립의 열망에 불타는 임시정부 추종자들 사이에는 宋鎭禹를 하루라도 더 두게 되면 반탁 독립투쟁에 큰 방해가 되며, 신탁통치 수락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 韓賢宇를 비롯한 李昌希, 劉根培, 白南錫, 金義賢, 金仁成 등 6명이었다.

이중 劉根培, 白南錫, 金義賢은 宋鎭禹의 경호원이었다가 사건 발생 얼마 전 그만둔 인물로, 宋鎭禹 집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범행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공범들과 함께 사건의 배후인물로 全 栢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등장하였다. 자칭 임정요원인 그는 韓賢宇에게 저격용 권총(모젤3호)을 빌려주고 10여 만원의 거사자금을 댔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全 栢은 韓賢宇와는 불가분의 관계였는데도, 검찰은 全 栢에게는 7년형을, 韓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당시 한민당에서는 수석총무 古下의 암살을 처음에는 좌익계의 준동 으로 단정했다가, 나중에는 韓賢宇가 범행 직후 全 栢이 경교장을 찾아간 사실을 입증하고 白凡의 측근을 배후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체포되기에 앞서 全 栢은 이를 극구 부인하면서 臨政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다짐하였다.

"그럼 누구요" 누가 우리에게 자금을 대주고 古下를 죽이라고 교사했소?"

韓賢宇는 全栢과 단둘이 있을 때 자신을 저격수로 고용한 배후를 대라고 그에게 추궁했다. 그러나 대답은 더 이상 속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건 나야. 이 全 栢이란 말야."

韓은 조금도 진전이 없는 全의 말에 의아하였다. 결국 교묘하게도 그들의 배후가 더 이상은 없는 것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공판이 끝남으로써 이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경찰로서는 최선을 다한 수사였지만 재판과정에서는 더 이상의 배후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宋鎭禹 암살사건 공판이 경성지방법원에서 李天祥판사 주심으로 진행되었는데 검찰은 구형을 앞두고서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범인 스스로 살인을 자백하고 증거도 뚜렸 했지만 그 배후나 동기가 불분명하여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당 金占錫검사는 金溶燦검사장에게 "범인들이 살해동기와 배후가 뚜렷하지 않아 사형구형은 어렵다"고 보고했다.

검사장은 金 검사를 데리고 李 仁 검찰총장을 찾아가 "주범에게도 사형구형만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사형을 구형하라구." "이 사람들아, 그렇지 않아도 치안확보가 안되어 야단인데 설사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살해 한 것만으로도 용납 할 수 없어…"

李 검찰총장은 명령하듯 딱 잘라 말했다.

1946년 8월2일 경성지방법원 형사 제2부(재판장 李天祥 판사, 沈同求, 李奉奎 판사)는 韓賢禹에 대한 주거침입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군정법령 제3호 및 제5호 위반, 劉根培, 金義賢, 李昌希, 金仁成에 대한 주거침입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피고 사건(1946년 형공 제1472, 1774호)선고공판에서 韓賢宇, 劉根培를 무기징역에, 金義賢, 金仁成을 징역 10년에, 李昌希를 징역 단기 5년 장기 10년에 처하였다.

그 후 대법원(재판장 이상기 대법관)은 1947년 2월14일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韓賢宇에 대하여 징역 15년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6.25때 북한군에 의하여 풀려난 그는 피란지 부산에서 거리를 활보하다가 그 사실이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韓弘建으로 變姓名하고 일본으로 밀항하여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