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곤] (1929년 1월호)

신년이라고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나는 언제든지 고려의 정포은선생을 앙모하는 까닭에 신년을 당하여도 또한 그를 생각하게 됩니다.
정포은선생은 누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정치가로나 외교가로나 또는 학문으로 충의로 그 모든 것이 고려 사백칠십오년간에 제일인으로 생각합니다. 옛사람의 송도 회고시에 '산하기진 강감찬이오 일월광명 정몽주'라고 운운한 것과 같이 고려의 전역사를 통하여 무신으로는 강감찬, 문신으로는 정포은을 더할 인물이 없을 것입니다. 그가 있음으로 인하여 고려가 보존되고 그가 죽음으로 인하여 고려가 망한 것이 아닙니까.
당시 고려의 국세가 이미 기울어짐에 불구하고 그가 정계에 있어서 상으로 혼군을 교회보필하고 하로 무신의 발호와 불교의 음미를 억제하여 외로 왜구를 격퇴하는 동시에 혹은 일본 혹은 원명의 국제무대에 활약하여 고려를 엄연히 부흥하는 도정에 입케 한 것을 보면 그의 인물이 여하한 것을 족히 상지할 것입니다.
그가 외국으로 많이 내왕하는 기회에 이태조가 국정을 간섭하게 되고 또 불행히 태종의 음모로 선죽교상에서 조영규의 흉추에 충혈을 흘렸기에 그렇지 만일에 그가 외출을 하지않고 항상 국내에 있었으면 결코 정권을 이태조에 주지 않았을 터이오 따라서 이태조의 왕업도 그다지 용이하게 성공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의 성패 여하는 별문제이어니와 그의 인물에 대하여 나는 진심으로 앙모하고 경복합니다.
신년에 새 생각을 할 때에 더욱 그러한 위대한 인물의 생각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