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권두언 제4권7호 (1934년 7월호)

인류문화의 발원이 산악과 강하에 있음은 다시 말할 것이 없거니와 조선의 상하 반만재에 선한 장장한 민족문화사를 개천하려 할진대 또한 역내의 산천을 먼저 알아야 하고 또 그것이 곧 문화사 그것임을 볼 것이다.
단군으로부터 부여로, 한으로, 숙신으로 고구려로, 신라로, 가야로, 백제로, 말갈로, 발해로, 고려로, 금으로, 여진으로, 만주로, 조선으로, 조선민족에 관계된 모든 역사가 다 산악과 강류를 근거로 하고 태반으로 하고 또한 동시에 무대로 하고 거기서 발전하지 아니한 것이 없다.
고대뿐만이 아니라 역사를 통하여 금일에 지하기까지 실상 따져보면 산악과 강하 그것이 일체의 추기가 되고 일체의 요소가 되고 일체의 생분이 되어 문화의 큰 덩어리를 운행시키고 발육시키로 소윤시켜 온 것이다.
실로 산악은 조선민족의 신앙적 대원불이오 강하는 조선문화의 지식적 대사장이라고도 볼 것이다.
풍우에 꺾인 나무 산상에 쓰러진 거기 그 밑에서도 엄숙한 조선문화의 부분 부분을 확실히 보는 것이오, 파랑의 파낸 흙이 하변에 밀린 거기 그 속에서도 구원한 조선정신의 구절 구절을 분명히 듣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이 다만 산이 아니며 강이 오직 강이 아니어서 그것은 그대로 역사의 출발점이자 비기요, 문화의 입문이자 보고이다. 그리하여 조선의 산악과 강류를 더듬지 않고서는 거기 끼쳐진 조선민족의 신앙 습상 내지 학문 예술 정치 등 일체의 문화적 본원 및 특질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조선인은 산천순례 또는 산천연구의 열과 성이 끊기어 저절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무잡 속에 그냥 버리매 회명한 채 그 발천할 기약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이렇게도 이에 대한 용의가 없고 관심이 끊긴 것은 그 결과를 적은대로 멈추지 아니하고 자가의 정신과 현실 그 생활의 전체에 영향을 파급한 것임을 본다. 스스로 불충불의하고 불친부실함이 이에서 더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조선본래의 문화를 정돈수립한 연후에라야 정명한 인식을 얻어 그 나아갈 길을 찾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이제 경염을 당하여 학창과 기타 업무를 잠깐 버리고 휴양하는 때에 친히 이 산악을 답파하고 이 강하를 섭진함으로써 조선문화의 근기와 색태를 체인하기를 희원하는 본의에서 우리는 조선산수 특집호를 간행케 된 것이다.
이것이 잡지인 만큼 그 전모를 설진키 어려움은 무론이나 간단한 소개중에서도 소득이 있을진댄 그로써 행을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