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 제3권6호 (1931년 6월)

만일 오늘날 조선의 장래를 의논하고저 할 것 같으면 오늘날의 조선이 과거의 조선과 달라서 모든 정세가 세계적 조선이 된 이상 먼저 세계의 대세 또는 사조의 동향이 어떠한 방면으로 추이하는가 하는 것을 명확히 파지치 아니하면 조선의 장래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은 물론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보를 진하여는 조선민족이라는 자체가 과거 문화적 생활에 있어서, 민족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그 능력을 발휘하였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 역사를 참조하여 정확한 관념과 자신을 파지치 아니하면 또한 그 장래를 논단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 먼저 조선민족의 문화적 능력을 역사적으로 소구하고 또한 조선과 불가리한 환경, 정세를 세계적으로 통관치 아니하면 조선의 장래가 여하히 진전될가 하는 결론을 단안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조선민족이 과거 역사적으로 보아서 완전한 문화적 능력을 가졌다 하는 것은 세계의 학자가 공인하는 바 다시 췌언을 불요할 것이다. 그러나 고구려, 신라, 고려로부터 이조의 말엽에 이르기까지는 모든 문화가 특수한 일변화를 일으키지 못하였으니 원래 동양문화 자체가 가족제도주의와 봉건제도의 사상의 영역내에서 탈출치 못한 것이 그 중대한 원인이다. 그러므로 오인은 과거 동일한 규범으로 역대왕조가 변천하게 된 사실에 있어서는 특별히 쓸 것이 없다. 한번 문예부흥과 불국의 대혁명으로 인하여 민권자유의 세계적 사조가 도도히 동양정국을 범람하게 됨을 따라서 조선반도도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수천년이래의 대변동과 대개혁을 일으키게 된 것은 불무할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적 문화에 뒤떨어진 감이 있는 것은 현하 세계문화의 원천인 구미의 동양에 대한 지리적 간계가 중대한 원인을 작하게 한 것이다. 해양적으로 수입된 구미의 문화는 일본의 유신을 작하였고 대륙적으로 수입된 구주의 문화는 중화대륙의 차단으로 인하여 근대에 있어서도 조선의 세계문화에 접촉이 가장 지둔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곧 지금부터 육십년전의 갑신정변의 개혁운동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물론 갑신정변의 개혁운동이 특수계급에 국한되었고 또는 실패에 귀하였지마는 조선사회에 중대한 파동과 영향을 일으킨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이 사조가 한말 육십년을 통하여 혹은 독립운동이 되고, 혹은 헌정운동이 되고, 혹은 사회개혁운동이 되고, 혹은 신교육 보급운동이 되어서 일진일퇴의 형세를 일으키게 된 것도 과거의 사실이다. 이것은 독립협회, 자강회, 대한협회, 각지방학회의 발흥 등등으로 보아서 이것을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운동이 잠기잠멸의 형세에 그치게 된 것은 민중의 완전한 각성을 토대로 한 것보다 일부 지식계급의 운동에 기인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술의 대변혁으로 인하여 잠재되었던 민족적 의식이 더욱 첨예화하게 되고 또는 보통교육의 보급으로 인하여 민중적으로 세계적 문화와 사조를 완전히 보급감수하였다. 이것이 곧 기미운동의 발단이 된 것이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