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1931년 7월호)

나는 평소부터 불교에 대하여서는 다만 호의 가졌을 뿐으로서 그 근본의에 깊이 들어가서까지 온오한 교리를 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러나 또한 일찍이 흥미를 가지고 보아오던 교단이었던 만큼 노상 거기에 대한 희망과 사견이 없지도 않다. 그러므로 이하에 비록 개괄적이나마 교단에 대하여서나 교정에 대하여서나 사회사업에 대하여서의 나의 관견을 대강 말하여 보겠다.

• 첫째, 교단에 대하여 나의 생각하는 바를 말하여 볼 것 같으면 원시불교 시대에 있어서도 원래 불교는 이중교단으로서 승가야중이라 하면 사대부중이라고 하여 비구 비구니 우파새 우파니로 나누어가지고 비구 비구니로 말하면 반드시 독신생활자로서 불교의 정신과 학리만을 연구하여 교단의 체가 되어가지고 종풍을 거양한다. 일반 신도를 교화한다 하여 법공양으로써 자기네들의 사명이라 하였고 우파새 우파니는 곧 불교의 정신하에 사회의 실생활리에 들어가서 사농공상의 제기관내에서 생활을 하는 이들로 비구 비구니들에게 법공양을 받는 대신에 그네들에게 물질로써 공양구를 바치게 되어 교단의 용이 되어가지고 이론을 실제화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므로 재래에 우리도 불교라 하면 곧 산간에서만 은거하여 초현실적 종교로만 알았더니 내가 감옥에 있으면서 불교에 대한 서적을 읽어보는 동안에 불교가 그렇게 초현실적 종교가 아니오, 도리어 즉실주의의 종교인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러므로 우리 일반 사회인으로도 과거의 불교를 배척하여 산간종교로만 알고 일반적 오해를 가졌던 진구한 관념만은 비우고 보아야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불교 교단 자체에서도 스스로 처결할 문제는 재래의 승려단을 분열시켜서 단호히 이사양판의 승려의 행위까지라도 명백히 하지 아니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이판승려는 어디까지든지 계행이라든지 지덕을 겸수하여서 일반 신도들에게도 의범이 되도록 되어야 할 것이며 사판승려에 있어서도 역시 개인문제이지마는 종교인으로서 기피할 만한 것은 될 수 있는대로 근신하여 사회에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지 아니하면 또한 안될 것이다.

  둘째, 교정에 대하여서는 역시 사판이라 하여 일단 사무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교계가 어떻게 해야 진흥 발전이 될까를 관찰하여 첫째 고승대덕을 극력으로 옹호해서 교계의 정신집중에 노력하며 법맥을 계승하는 점도 크게 우려하여 혜명을 이을 적극적 방침을 취하지 아니하면 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사회사업에 관하여서는 방금 학교를 경영한다, 포교소를 설치한다, 유치원을 경영한다 하여 많은 노력을 다함은 고맙게 생각하는 바이나 원래 사회사업에 대하여서는 타교의 하는 방침을 많이 참작함이 좋을 것이다. 결코 남의 모방이 아니라 그밖에 길이 따로 없다면 비록 남이 먼저 행하였다고 그길을 아니 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대체 크게 우리 조선의 제방면을 관찰한다면 너무도 종교적 수양이 부족한 것이 우리 민족의 전반적 결함인 것이야 식자면 다 수긍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신앙심은 모든 것을 이기고 남는 것이기 때문에 내종에는 생사문제까지라도 그리 어렵게 보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공리적 방면으로만 보아서도 종교적 신심이 그 얼마나 사회적 혜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과거에 우리 조선은 유학사상에 너무 그릇 중독이 된 소이로 죽음이라 하면 그만 암흑에 돌아가고 마는 것 같이 생각하여 사에 대한 공포심으로 말미암아 사람의 근기와 의지를 여간 약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종교로 인하여 자기사명에 순사하면 천당이나 혹은 극락세계에 꼭 간다는 신심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사람의 순절하는 미덕을 배양시키는지 모른다. 이 점은 철학이나 도덕이나 법률이 종교에 미치지 못함이 크다.
나는 그만큼 종교에 대한 기대가 많고 또 특히 불교에 대하여서는 이상의 몇몇가지 조건에 대한 촉망이 크다는 것을 말하여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