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931년 7월 5일)
(주: 이 글은 '이천만 동포에게 고합니다'와 한 묶음
으로 한국근대명논설로 선정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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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산충돌사건을 단순하게 중국인의 조선민 압박이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천려의 심한 자다. 좀더 냉정·침착하게 사태의 진상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잠재한 종종의 미묘한 관계를 정관한 뒤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물며 이 사건을 곡해하고 무고한 중국 재류민에게 폭행을 가하는 등의 일이랴.
백보를 양하여 일의 비가 전혀 피에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하여 조선 재류의 중국인에게 보복적 폭행을 가하는 것은 일방 민족적 금도의 결여를 폭로하는 것인 동시에 일방으로 사태를 더욱 분규케 하고 자타의 손실을 확대하는 것뿐이다. 재외의 동포가 위난에 있다는 보도를 듣고 이를 염려하고 그들을 위하여 돕고자 하는 생각이 있음은 동포의 뜨거운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 할 것이나, 그 방도를 잘못하고 그 목표를 어그러뜨린다 하면, 본래의 목적을 달치 못할 것이니 어찌 삼가지 아니하랴.
작금간에 인천과 경성 등 각지에서 생긴 불상사는 실로 통탄할 일이다. 동포 제위의 냉정하고 현명한 태도를 재촉코자 한다.

2

만주 조선인의 문제는 오지와 만철연선과를 구분하여 두 가지로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우리가 누언한 바다. 다시 말하면 오지의 농민문제가 단순히 조선농민 대 중국관민의 문제인 것의 반대로, 철도연선의 문제는 여기다가 일본경찰력까지 가합한 삼각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만보산문제로 말하면 바로 이 둘째의 경우가 분명하다. 이미 일·중 양경관대의 충돌이 있은 것을 보아 의심없는 길이오, 따라서 금일에 와서는 문제의 중심이 중국인의 조선농민압박에 있다는 것보다도 일·중 경관의 충돌이라는 사실로 이전되었다 함이 사실일 것이다.
상보가 없으매 확단을 내리기 어렵지마는 금일까지의 보도에 의하여 보건대, 원래 만보산개간사업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일·조·중·로 사개민족의 합자로서 중국인 지주와 계약하여 수전개척을 목적으로 생긴 일대 기업이라 한다. 이 기업가들의 손으로 이백여의 조선농민을 이주케 하고 관개를 위하여 수로를 개척한 것인데, 수로개척시에 중국인의 토지를 침범한 것이 분규의 시작이라 한다. 그리하여 결국 항쟁의 대상은 중국인 지주대 기업가간에 일어날 것이나, 현장에서 수로개간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 농민이매 자연의 형세로 조·중 양농민이 대치하게 된 모양이다.
이 점에 있어서 먼저 우리는 중국의 당로자에게 항의할 것은, 이주 농민 이백은 사실상으로 애매하다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기업가 대 중국관청의 문제일 것이요, 소작농인 조선농민은 하등의 직접 책임이 없는 것이다. 사태가 악화하게 되매 일본영사관의 보호를 원한 것도 물론 피등 기업가일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양 경관대의 정면 충돌까지 보게 된 것이다. 지어 양방 농민의 충돌은 그 여파에 불과하다고 볼 것이며, 사태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맹목적 행동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3

이와 같이 미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하여, 경솔히 사태를 과장하고 항쟁을 확대케 하는 듯한 언사를 농함은 쌍방의 감정을 도발할 뿐으로 하등의 이익이 없는 일이다.
우리의 관심처는 오직 이백의 농민동포다. 일, 이 기업가의 무모한 행동으로 인하여 애매히 피해를 받는 그들의 애매함을 철저히 주장할 것 뿐이다. 이에 대하여 조선인은 조선인의 입장에 있어서 신중한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거니와, 오직 크게 삼갈 것은 사건의 진상을 알기도 전에 경솔히 행동한다거나 또는 문제의 정곡을 혼동오인하여 화근을 장래에 남기지 않도록 크게 주의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