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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만 동포에게 고합니다.
- 민족적 이해를 타산하여 허무한 선전에 속지 말라.

[동아일보] (1931년 7월 7일)
(주: 이 글은 '만보산사건에 대하여'와 한 묶음
으로 한국근대명논설로 선정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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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보산 이백명 동포는 안전하고 평안합니다. 지금, 만주와 그밖의 중국 땅에 있는 우리 동포들은 무사하고 편안합니다. 중국 백성들은 지금 우리 동포들에게 손을 댄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주 기타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국내에 있는 동포들이 중국 사람들에게 폭행을 말아 달라" (작일 상해 특전 참조)
    하는 것입니다.
    동포여, 우리가 조선에 와 있는 중국사람 팔만명에게 하는 일은, 곧 중국에 있는 백만명 우리 동포에게 돌아옴을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즉시로 중국사람을 미워하고 그들에게 폭행을 가하는 일을 단연히 중지하십시오.

    2

    동포 여러분은 만보산에 있는 이백명 동포의 생명이 위경에 든 것처럼 생각하고, 또 어떤 악의를 가진 자의 생각인지는 모르거니와, 그 이백명 동포가 학살을 당한 것처럼 아는 이도 있는 모양이나, 이것은 전혀 무근지설입니다. 무뢰배의 유언비어입니다.
    또 조선 안에서도 조선 동포가 중국인에게 학살을 당하였다는 풍설을 돌리는 자가 있다고 하거니와, 이것은 더구나 말도 되지 아니하는 허설입니다.
    이 모양으로 무근한 유언비어를 돌려 이웃한 두 민족 사이에 틈을 내며 또 성군 작당하여 아무 죄도 없는 이웃나라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것은 진실로 민족을 해치는 폭민이오 난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무리를 민족의 죄인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현재 백만의 조선 동포가 우접해 사는 나라요, 또 이 앞에도 그와 가장 밀접하고 친선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조선 민족 백년의 복리를 위한 것이어든 무책임하고 일을 좋아하는 자의 헛된 선전에 미혹하여 인천·경성·평양 등지의 대참극을 일으킨 것은 조선민족의 명예에 영원히 씻기 어려운 누명이 될뿐더러 중국에 있는 백만 동포의 목에 칼을 얹는 것이니 이런 통탄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동포여! 정신을 차려 앞뒷일을 헤아리십시오. 악의를 가진 무리의 헛된 선전을 믿어 여러분이 생명보다도 더 사랑하는 민족의 전도에 칼과 화약을 묻는 일을 하지 말으십시오.

    3

    비록 백보를 사양하여 만주에 있는 동포가 중국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가 조선에 와 있는 중국 사람들에게 보복함으로 조금도 이로움이 없을 뿐더러, 도리어 핍박받는 동포의 처지를 더욱 곤란하게 할 것이 아닙니까. 중국 땅에 있는 조선 동포가 핍박을 당한다는 소문을 듣고 우리가 이렇게 분개할진댄, 우리 조선 사람이 조선에 있는 중국 사람에게 폭행한 소문을 들으면 중국 사람들이 중국에 있는 조선 동포들에게 얼마나 분한 마음을 가지겠습니까. 또 인도상으로 보더라도 호떡장수, 노동자 같은 중국 사람이 무슨 죄이길래 우리가 그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겠습니까. 이것은 도무지 불합리한 일이오 민족의 전도에 크게 해를 주는 일이니, 거듭 말하거니와 이러한 선전을 하고 폭동을 하는 이는 조선 민족의 적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동포의 뜨거운 민족애와 굳센 민족의식을 이용하려는 검은 손이 여러 가지 탈을 쓰고 각 도시에 횡행하는 모양이니 선량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동포여! 삼가고 서로 경계하실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