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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전진 다시 한걸음

[동아일보] (1932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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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온다 질주하는 시간은 새로이 다시 우리네 이천만을 환기하는구나. 세계를 진감하는 노도의 속에 동요·곤폐·경악·난경의 일년은 예기와 희망의 새날에게 자리를 사양하고 물러 앉는다.
    오는 한 해는 과연 세계인의 갈망하는 해결과 안정의 신시대를 가지고 오는가. 그렇지 아니하면 난경은 다시 난경을 낳고 풍운은 다시 풍운을 토하여 저지할 바를 모르는 역사의 전환이 분마적 속력으로 진전하려는가. 인류사회는 자칫하면 문명의 고삐를 졸라 잡지 못하고 대파문의 국면에까지 단숨에 굴러들지 아니할까. 이것이 현대인의 의구요, 고민이요, 공포다. 이것은 그러하려니와 돌이켜 우리의 고민은 그 무엇일 것이며, 그들의 희망은 또한 그 어디서 구할 것이냐. 사상의 격랑이 사면으로 우리 심경을 두드리고 인인들의 제각기 살려는 활동이 우리의 안계를 활기 띠게 할 이때에 우리는 무엇으로써 새해의 부름에 응하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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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원기 없으니 원기를 진작함도 좋다. 우리가 용력이 부족하니 용력을 단련함도 가할 것이다. 우리가 단결력이 약하니 단결을 굳게 함도 필요하다. 우리가 소극적이라면 좀더 적극적이 되자. 우리가 쇄침하였으면 좀더 능동적으로 움직이자. 우리가 신념이 엷었으면 좀 더 확고한 신념을 파악하자.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을 통괄하고 이 모든 것의 전제로서 한마디로써 신년의 결심을 나타내자 하건대 오직 '일보'의 고귀한 가치를 파지하자 한다. 이 무엇을 말함이냐. 퇴하여 지키매 일보를 사양치 아니하며, 나아가 취하매 일보를 전심으로서 취하자는 것이다. 질식하는 퇴영적 분위기 속에 악전고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일보의 가치의 정당한 파지야말로 만세 반석의 강루며 이 일보 우 일보의 불굴적 진취야말로 바위를 가르는 나무 '엄'의 위대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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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세계는 한 걸음씩 전진한다. 모든 동요와 반동에도 불구하고 그 행보는 능히 저지할 자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 곤란은 일층 그 혹심도를 가하고 있다. 모든 위정가들의 '국민적', '거국일치적', '긴급적' 필사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업은 증가하고 통상은 감축되며 개인의 빈곤과 국가재정의 간난은 아직도 그 부활의 전도가 묘연할 뿐이다. 마치 혹편하에 천리를 달린 역마와 같이 어떤 자는 이미 곤피하였고 어떤 자는 바로 곤피의 순간에 도달한 듯하다. 이 여파는 본래부터 곤궁한 조선의 농촌이 아니라 농촌의 조선을 엄습하여 거의 부활의 여지를 의심하리만치 대중적 생활을 곤로하게 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재작년의 세계문제며, 작년의 세계문제며, 금년의 세계문제다. 이야말로 조선의 당면한 모든 문제중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동시에 가일층 우리의 노력 정진으로써 국면의 타개를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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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갈등과 산업의 정지상태로 신음하는 구주의 백색인이나, 내란과 기근에 고초를 겪는 아세아의 황색인이나 세계 어느 구석을 물론하고 인류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문명의 고질은 백일하에 그 추태를 폭로하고 있다. 황금국 아메리카에도 실직자가 거리를 메우며 빈곤의 인도가 순교적 수난에 헐덕거린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이 시대는 노력 분투에 의하여 진전한다는 것을. 인류가 하루 한해 한 세기에 진취하는 일보의 전진이야말로 역사상 영구한 기념탑으로 남는 것이다. 세계는 확실히 나아간다. 조선도 확실히 나아간다. 일약 구천의 야욕을 가지고 볼 때는 초조도 하려니와 꾸준한 노력으로 백년의 대계를 내다보는 자 일보의 무쌍한 가치를 대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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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우리는 지나간 한 해에 일보를 전진하였는가. 그렇다. 확실히 우리는 나아갔다. 수난중에 있으되 그 수난과 그 인내를 통하여 우리의 의식은 일층 견고하여졌으며, 그 난중에 있어서 대중의 각성은 일층 철저하다. 엄동의 빙설이 두터웁되 새로이 움트는 생명의 씨는 자라고 있나니 그 나아감이 더디다하여 이를 근심할 것이냐. 오직 한 걸음 한 치의 걸음이 곧 인류사회의 대행진곡에 있어서도 그 역사적 사명을 충실히 하는 소이인 것을 알 뿐이다. 우리는 한 걸음을 귀히 여기자. 한 걸음의 진취를 금일의 의무로 하여 새로 맞는 한 해에다 노력 전진 또 한 걸음 지보를 꾸준히 쌓아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