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명논설집] (1979년)에서 발췌
국민대회준비회

천하의 공도와 인류의 정의는 마침내 우리에게 자유와 해방의 기회를 약속하였으니 망국의 한을 품은 채 인종과 굴욕의 악몽에 시달리던 우리에게 광명의 새날을 위하여 진군하라는 거종은 드디어 울었다. 필경 울고야 말았다. 오민과 원루로 점철된 과거를 회고할 때 혹은 철창에서 혹은 해외에서 동지의 의혈은 얼마나 흘렸으며 선배의 고투는 얼마나 쌓였던가. 우리에게 이 날이 있음은 진실로 고절 삼십유육년 동안 누적한 희생의 소산이며 전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싸우던 우방의 후의로 인함이니 우리는 이 날을 위하여 이 날을 동경치 못할 우리 재천의 영령을 추도치 않을 수 없으며 연합제국의 의거에 대하여 만강의 사의를 표명치 않을 수 없다.
울적하고 압축되었던 잠역이 순간에 폭발되고 일시에 반발하는지라 충천하는 의기 저절로 상도와 정궤를 벗어나게 됨은 이 또한 자연이니 세고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광복의 대중은 요원하고도 착잡한지라 그러므로 하여서 더욱이 선후완급의 질서는 절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며 대의명분의 기치는 선명하여야 할 것이다.
강토는 잃었다 하더라도 삼천만 민중의 심중에 응집된 국혼의 표상은 경술국변 이래로 망명지사의 기혼과 함께 해외에 엄존하였던 바이나 오늘날 일본의 정권이 퇴각되는 이 순간에 있어서 이에 대위될 우리의 정부 우리의 국가대표는 기미독립 이후로 구현된 대한임시정부가 최고요 유일의 존재일 것이다.
파당과 색별을 초월하여서 이를 환영하고 이를 지지하고 이에 귀일함이 현하의 내외정세에 타당한 대의명분이니 구정의 잔재가 상존한 작금에 있어서 우리 전국민의 당면한 관심사는 우선
국민의 총의로써 우리 재중경 대한임시정부의 지지를 선서할 것.
국민의 총의로써 연합 각국에 사의를 표명할 것.
국민의 총의로써 민정수습의 방도를 강구할 것
등이다.
정체 정당의 시비론도 이후의 일이며 정강정책의 가부론도 이후의 일이니 이리하여야 비로소 우리 대업의 거보는 정정당당할 것이다.
이에 참월하나마 동우의 책을 자부하는 발기인 일동은 연합군의 정식주둔과 일군의 무장해제를 위하여 국민 총의의 소재를 성명할 필요를 느끼며 아울러 총의집결의 방법으로서 국민대회의 발회를 준비하는 바이니 현하의 실정은 만사가 임시적 편법이라 명실이 상부할 최선의 방법이 있을 수 없거니와 우리의 의도와 우리의 염원은 차선 삼선일지라도 철두철미 대의명분의 지표를 고수하고 이를 구명코자 함에 있다.
만천하의 동포여, 국가재건의 제일보를 위하여 국민총의의 기치하에 삼천만 민중의 심혼을 응결하라. 그리하여 현재와 미래 영겁에 우리의 행복과 번영을 기하라.

1945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