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 제5권4호(총46호 1924년 4월 1일)

왜 오늘날 우리가 약자가 되었는가 하면 누구든지 그 답안에는 심히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하리라. 다못 힘이 없으니까 약자가 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에 우리로 하여금 약자가 되는 것을 가장 광영으로 생각하고 또한 행복으로 생각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만일 그렇지 아니하고 약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고통이며 또한 사회의 한 비극이라 하면 우리는 하루라도 약자가 되지 아니하기를 맹세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그 방법을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힘이 없다. 모든 사물의 원동력이 될만한 힘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힘에는 완력도 있겠고 금력도 있겠지만 우리의 오늘날 요구하는 힘은 단결력이다. 단결력이 없으므로 약자가 된 것이다.
보라! 왜소한 대화종이 어찌하여 거대한 구미인과 경쟁하며, 또한 무산자만으로 조직된 노농로국이 어찌하여 자본주의의 열강을 능히 대항하는가? 물론 개인으로는 구각의 대소를 따라 완력의 우열도 있을 것이며 또한 사회의 제도에 의하여 금력의 유무도 현수할 것이다.
그러나 단체적으로서 능히 경쟁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능가하려 하며 능히 대항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정복하려 하는 것이 그 무슨 까닭인가. 오직 그네에게 단결력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가 무슨 주의니 사상이니 하여 여하히 선전하며 여하히 고취한다 할지라도 이 모든 주의와 사상을 실현할만한 단결력이 없어서는 빈승의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지나간 3·1운동의 실제적 경험을 고찰하여 보아도 명료할 것이다. 선전이 부족한 것도 아니며 사상이 박약한 것도 아니건마는 최후의 공을 주치 못한 것은 물론 대세의 관계도 불무할 것이나 이 운동을 통일 계속할 만한 중심적 단결력이 부족하였든 것이 불무할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모든 주의와 사상의 실현에 토대가 되고 근저가 될만한 '힘', 곧 단결력을 준비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라고 본다.
보라. 대전이후의 노독 양국이 무전한 변란과 개혁을 계속하면서도 의연히 자체의 생존권을 유지하는 것은 양민족의 단체적 훈련이 무엇보다도 위대한 것을 간파할 수 있으며 중국과 묵국이 금일까지 만성적 혁명병에 걸려서 온갖 추태를 연출하는 것도 개중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요컨대 문제는 단결력이다. 환언하면 단결력은 각개인의 심력이다. 심력, 곧 봉공심이 발달된 민족은 강자가 되어 우자가 되고, 봉공심이 박약한 민중은 약자가 되며 천자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결함은 봉공의 부족이다. 봉공이 부족하므로 분규가 생하며 시기가 기하여 모든 악을 행하게 된다. 이리하여 단결을 파괴하게 된다. 결국 우리를 약하게 한 자는 우리요, 다른 사람은 아니다. 그러면 우리가 약하여 자멸할까, 강하여 자립할까. 이것이 곧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자결하는 분기점이다.
만일 강자가 되자면 힘이 있어야 되겠고, 힘이 있자면 단결하여야 되겠고, 단결하자면 각개인의 봉공심을 환기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을 더욱 실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