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1932년 4월호)

자유권과 박애평등

인류문화의 진보는 자유권 발전시대로부터 생존권 확충시기에 입하였다. 하나는 십팔세기의 불란서혁명을 중심으로 세기벽두의 노서아혁명을 비롯하여 점차로 그 조류가 파급케 한다. 요컨대 십구세기를 자유권발전의 전성시대라면 이십세기의 벽두 지금부터는 생존권 확충의 전력시기라 할 것이다.
대개 인류로서 자유권이 없으면 철저히 개성의 능력을 발전할 수 없으며 또한 생존권이 없으면 협동적 최고문화를 완성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양대권리의 확충발전에 의하여 어시호 인류사회에 평화의 서광이 조임될 것이며 또한 최고의 문화가 완성될 것이다. 언제든지 인류의 역사는 순환이 아니라 진화이다. 과거 십구세기의 극단적으로 발전된 자유권이 정치적으로는 모든 개혁을 단행하였으나 경제적으로는 생활상 기회균등을 파괴하였으며 계급적 관념을 도발케 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곳 자유발전권의 여폐를 광구하기 위하여 자연적으로 사회 최후의 생존권이 절규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양대사상이 호상충돌되고 당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초에 정치적으로만 기회균등을 절규하던 세계인류는 일전하여 경제적으로도 그 사회균등의 필요를 각성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이 양대사상은 조의 양익과 차의 양륜과 같이 호상제휴가 되어 발전하여야 될 것이다. 자유권이 없는 곳에 개성을 확충할 수 없으며 생존권이 없는 곳에 평등적 문화를 완성할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문제는 자유권의 병적 발전, 곧 불합리 무절제한 자본주의를 저주할 뿐이다. 환언하면 과거 봉건시대에 특권계급인 무사귀족의 수중에 장악되었던 정치적 권리가 자유권 발전에 의하여 일반 민중에게 균포된 것 같이 현대의 자본계급의 독점된 경제적 권리가 생존권의 각성에 의하여 평등적으로 분배될 것도 필지의 운명이다. 일로보면 자유권은 정치적 생존권이며 생존권의 경제적 자유권이다.
봉건시대에 있어서 생존권이 없고는 경제적 자유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인이 자유권에 있어서 배척코자 하는 점은 박애평등의 대이상을 무시하는 불합리 방종적인 소유욕이며 또한 생존권에 있어서도 상호부조의 원칙을 이탈하는 농단적 이기심인 태만성을 폐기치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다. 봉건시대의 무리한 신권설이 정치적 자유사상의 발전을 조해한 것과 같이 현대인의 착오된 소유욕의 관념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생존권의 확충을 방지하게 된 것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오인은 박애평등의 전제하에서는 자유권과 생존권이 표리가 될지언정 배치는 되지 아니할 것이며 병행이 될지언정 상패가 되지 아니할 것을 단언코자 한다.
오인은 전란에서 자유권과 생존권이 그 관계가 표리가 되고 그 발단이 선후가 될지언정 인문발달의 도정에 있어서 또한 박애평등의 이상에 있어서 그 출발점이 동일한 것을 단언하였다. 그러나 현하의 실제적 사정에 대조하여 보면 자유권의 극단적 발전이 경제상으로는 세계대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동시에 모처럼 얻었던 정치적 자유권까지 유린하게 된 기현상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과연 어떠한 모순이며 어떠한 당착인가를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줄로 믿는다.
원래 자유권이라면 언론자유, 출판자유, 집회자유, 신교자유 이 모든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 불란서혁명 당시의 인권선언서에 의하여 천명되었고 또한 그 후 속출된 각국의 헌법으로 확보되었다. 그러나 박애평등의 대이상은 다못 정치적 자유 곧 형식적 자유에만 표현되었고 그 이면에 있어서 실제적 자유 곧 경제적 방면에 하등의 철저한 보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것은 박애평등적 대이상의 자체적 결함보다는 불란서혁명 당시에 이 이상을 고조하였던 혁명군이 그 입장과 환경이 중산계급의 정저에 잠재된 까닭이었다. 이리하여 과거의 특권계급에 부속되었던 모든 자유를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해방되며 보장하면서도 경제방면에 지하여는 의연히 자기네의 입장과 환경에 편리하도록 노력하였었다. 이곳 소유권 보장은 곧 자본의 옹호이다. 자본과 노동이 대립된 사회에서 자유의 경쟁을 허하면 자본주의가 그 세력을 전횡할 것은 물론이다. 어째 그러냐 하면 자본은 선천적이오 노동은 후천적이다. 그러므로 경쟁의 출발지가 벌써 수평선에 입치 아니할 것은 지자를 부득하여도 가지할 것이 아닌가?
어찌하여 출판, 언론, 집회의 모든 자유가 사적 권리가 아니오, 공적 권리인 이상에 하특 소유권만이 사적 권리에 부속할 이유가 있는가? 이 지구는 인류의 공유물이다. 공유물인 이상에는 공동이 개척하여야 할 것이며 공동히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구획하며 이를 사유하는 것은 정의의 패려며 인도며 반역이다. 하물며 현재의 문화의 총화는 전인류의 공작이다. 그러므로 그 문화의 향락은 공수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서 사회의 연대적 책임감이 생하며 평등적 관념이 발하며 노동숭배의 진리가 존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개인으로 사회에 대하여 최소한도에 있어서 최후의 생존권을 주장할 이유가 자임하며 사회에서도 각개의 생존을 확보할 의무가 고유할 것이다. 어시호 박애평등의 대이상이 실현될 것이다. 정신적으로 각개의 자유권을 보장하는 것과 물질적으로 각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그 원리에 있어서 하등의 차이가 있으랴!

민족운동과 사회운동

그러면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의 관계는 여하한가. 근대사를 안하면 전자는 자유권운동으로 그 서막을 개하였고 후자는 생존권운동으로 그 단서를 발하였다. 그러므로 그 대항하는 방면이 무력 혹은 자본, 정신 혹은 물질의 차이는 있으나 그 해방의 정신에 있어서는 모두다 자유권과 생존권의 발동인 것은 불무할 사실이다. 그러나 오인은 자유권을 요구하는 민족운동이 생존권을 아울러 주장하게 되고 또한 생존권을 주장하는 사회운동이 아울러 자유권을 주장하게 된 것을 간파치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다. 어째 그러냐 하면 최초의 민족운동은 강대민족의 무력정복에 의하여 그 전통과 자유를 유린하며 무시한 결과 그 정복에 반항하며 적대하는 것이었었다. 그러므로 고대의 정복은 '주기군적기민'한다는 것이 정략이었었으나 근대에 입하여 소위 선진국가의 자본주의의 성숙됨을 따라서 그 정략이 일변하여 일층 교묘하고 악랄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리하여 정복보다 회유며 위압보다 착취이다. 환언하면 착취하기 위하여 정복하는 것이며 회유하기 위하여 위압하는 것이다. 이것이 무력적 정치적 정복이 경제적 자본적 정복으로 변환된 것이 아닌가. 보라, 현대의 정복된 약소민족으로 자유의 고통보다 생존의 위협이 얼마나 비절참절한가. 인도의 국산운동과 지나의 관세문제가 모두 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혹은 정복국가의 식량문제를 위하여 혹은 자본국가의 상공업의 판로와 원료를 위하여 약소민족의 고혈은 거의 극단의 빈혈증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이리하여 약소민족들은 대부분이 무산군이며 그 중에 극소수의 자본주의의 삼대지주인 자유 교통 금융의 보호가 없는 자본계급도 조만간 무산군의 운명에 몰입될 것은 명료한 사실이다. 이에서 정복의 원한에서 자유를 부르짖던 민족운동도 거연히 생존권까지 절규하게 된 것이 아닌가.
약소민족이 반드시 민족적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못 민족적으로 압박과 착취를 당한 까닭이다.
그다음에 현대자본주의의 발전을 따라 대규모의 산업기관이 성립되었다. 기만 기천만의 남녀노약이 우마적 노역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하여 그 누명을 근보하는 중에서 그 생산의 대부분의 이윤이 고금유수의 소수계급의 횡령이 되는 동시에 생사질병에 자기들의 생존적 보장이 없는 무상한 운명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에서 다수로써 소수를 대항하며 단결로써 전횡을 견제하려 하는 것이 이 곧 선진사회의 운동의 현상이다. 이리하여 혹은 조합운동으로 혹은 동맹파업으로 혹은 폭력으로 그 봉망을 노출하게 되었다. 물론 폭력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득하여 전세계를 경이케 하였던 노농 노서아도 없지는 아니하나 기회와 환경이 다르며 또한 그 사회의 문화정도에 따라서 합리적 운동의 경향이 유행하는 것도 불무할 사실이다. 영의 노동당 내각과 일의 무산정당의 출현은 다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합리적 운동에는 단결이 필요하고 단결의 완성에는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이어서 그 단결을 계획하고 그 조직을 완성하는 전제로 또한 자유권이 필요할 것도 물론이다. 환언하면 생존권을 주장할 만한 자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운동에 있어서도 자유권을 아울러 주장치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다. 하물며 인성의 근본에 있어서 자유와 생존이 아울러 필요한 것이랴.
현대의 생존권의 보장을 득한 적로대중의 불평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상실현의 과도시기에 있어서 독재와 전제가 불가피할 현상이나 그 조직을 완성할 때에 대중의 자유보장이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로 보면 자유사상에서 출발된 민족운동이 생존권화하여 가고 생존의식에서 사회운동이 자유권화하여 가는 것이 현하의 대세라 한다.

우리는 맹성하자

사람으로서 자유권이 없으면 우상이며 노예이다. 환언하면 인격의 내용은 자유의사가 중요한 요소이다. 보라! 이 지구 위에는 세가지 현상이 있다. 한가지는 무의식적으로 피동적으로 동이서전하는 목석이 있으며 또 한가지는 의식은 있으나 목적이 없이 타력의 발동에 의하여 좌견우인되는 금수가 있다. 그 다음에는 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어떠한 목적을 향하여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개척하려는 인류가 있다. 이곳 인류가 만물의 지배자가 되며 우주의 주인공이 된 까닭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전되는 목석이 아니며 또한 타력에만 의하여 준동하는 금수도 아니다. 적어도 피가 있고 눈물이 있고 또한 그 중에도 가장 영묘한 자유적 심리를 가진 사람이다.
어찌하여 사람으로서 무의식의 존생을 허하며 또한 타력적 준동을 자인하랴. 차라리 자유를 구하여 얻지 못하면 죽음을 구하여 얻을 것이다. 이 곧 사람이 사람된 본령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 자유없는 곳에 행복이 없으며 환희가 없으며 향상이 없으며 발전이 없는 것이다.
아! 자유, 자유, 오직 이 인류의 신상이며 우리의 생명인 것을 철저히 맹성하자. 그러나 불합리한 자유는 왕왕히 평등을 파괴하며 정의를 무시한다. 그러므로 생존권의 보장을 기조로 하고 내용으로 하는 자유가 아니면 특수계급의 전횡방종을 조장할 뿐이다.
독철 칸트는 운하였다. 동양에 있어서 가장 완전한 인격의 소유자는 군주뿐이라고. 이것은 고대의 군주가 독재와 전단으로 만인의 자유를 유린하여 써 일개인의 횡폭방종을 여하히 자긍하였던 것을 가지할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완전한 자유는 평등에 있고 평등의 기조는 생존권 보장에 있을 것이다. 생존권이야말로 평민문화의 토대가 될 것이며 핵자가 될 것이다.
생존권의 보장없는 곳에 아부가 생하며 절도가 기한다. 인류사회에 아부와 절도가 계속되는 날까지는 만인평등의 자유와 평화를 보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새 생명을 개척하고 새 문화를 수립하는 전제로 철저히 생존권의 보장을 절규치 아니하면 안될 것이다.
형제여, 우리는 현대문명에 뒤진 사람들이다. 이러므로 심각한 비애가 있고 심각한 비애가 있으므로 철저히 분발하여야 하겠다. 과거 십팔세기로부터 이십세기 벽두에 이르기까지 불란서를 비롯하여 전세계에 파동되는 자유의 이상도 우리에게 있어서는 일장의 환몽이며 이십세기 벽두의 노서아를 비롯하여 제창된 생존문제로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직도 관념의 유희에 불과하다.
자유가 없고 생존의 보장까지 없는 우리가 어찌하여 살잔 말인가. 우리의 앞에는 위압의 태산이 흘립되었고 우리의 뒤에는 아부의 심연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다. 사람인 까닭에 착산통도도 할 수 있고 벽해상전도 변할 수가 있을 것이다. 미인 에머슨은 운하였다. 인류의 문명은 심력의 발전이라고. 과연 그렇다. 우리의 다 못가진 바는 심력뿐이다. 심의 역을 확립하고 심의 역을 결합하여 써 이천만심을 일심으로 하여 우리의 목적을 달하기까지 노력하자. 이에 인간미가 있고 또한 인생의 가치가 발휘된다.